서울교육청 12개 기관과 협약 교사들이 강의하면 아이들 딴짓 학교 신청받아 예절·환경 등 교육
지난해 2학기 서울 성동구 A중학교의 인성교육 시간은 고작 두 시간뿐이었다. 그마저도 전교생 500여 명을 2개 조로 나눠 강당에 모아놓고 생활지도 부장교사가 강의를 한 게 전부였다. 졸거나 딴짓하는 학생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 학교 교장은 “별도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해 보고 싶지만 강의와 진행을 맡을 전문가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등으로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본지 2월 5일자 12면) 그동안 학교에서 별도의 인성교육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전문강사 섭외가 어렵고 학교운영비가 빠듯하다 보니 A중학교처럼 생활지도부장이나 도덕 교사 등이 형식적으로 인성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성교육 관련 전문기관과 손을 잡고 인성교육 강화에 나섰다. 시교육청은 13일 인성교육 전문기관들과 ‘실천적 인성교육 생활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 밝은 청소년 등 12곳이 참여했다.
서울 초·중·고교들은 3월부터 이들 단체의 프로그램 중 학교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골라 신청하면 된다. 교육청은 신청 학교에 강사 강의료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재환 장학관은 “인성교육의 범위를 넓혀 진로탐색이나 공중질서 지키기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는 환경수업을,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자체 개발한 ‘행복교과서’를 교재로 강의하는 방식이다.
학생 외에 교사나 학부모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임정희 밝은 청소년 이사장은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고민하던 학교와 인성교육 전문기관 사이에 통로가 만들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인성교육 강화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공약이다. 이번 협약 역시 그가 강조했던 ‘정약용(정직·약속·용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문 교육감은 이날 협약식에서 “교육은 온 사회가 맡아야 한다. 앞으로 학교의 담을 허물고 외부의 질 좋은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혁규 청주교대 교수팀이 서울시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0월 서울 초·중·고교 교사 3613명에게 미래 학생들이 배워야 할 능력이 뭔지 물었더니 자기조절능력, 협력, 갈등 해결 능력 등 인성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학생들의 인성과 이해심·책임감 등이 떨어지고 있다”며 “학생들의 협동심과 인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